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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하의 詩心 世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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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131
  • 2026.08.16 14:19
 
 
춤추는 기후
 
하늘시인 이영하
 
계절이 제 순서를 잊었다.
봄이 오기도 전에 꽃은 서둘러 피고
여름은 오래 머물다가 가을의 문턱까지 불을 지핀다.
겨울은 겨울답게 울지 못하고
비는 올 때를 잊은 채 한꺼번에 하늘을 쏟아낸다.
 
바람은 방향을 잃고
바다는 제 몸의 온도를 올리며
낯선 물고기들을 북쪽으로 밀어 올린다.
 
새들은 떠날 때를 놓치고
나무는 열매를 맺어야 할 달에
다시 꽃을 피운다.
 
지구가 지금 누군가의 박자를 놓친 것처럼
천천히, 그러나 위태롭게 춤을 추고 있다.
우리가 켜 놓은 불빛과 끝없이 뿜어낸 연기와
편리함이라는 이름으로 쌓아 올린 하루들이
그 춤의 발끝을 흔들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 한 그루 나무 앞에 서서
지구에게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바라본다.
언젠가 다시 봄은 봄으로 오고
비는 제때 내리고 바람은 제 길을 찾는 날,
지구가 우리에게 마지막 춤이 아닌
새로운 춤을 가르쳐 주기를.
 
 
〈시작 노트〉
새벽길을 걷다 보면 계절의 변화가 사람의 생각보다 먼저 자연의 표정에 나타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예전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꽃 피는 시기와 낙엽의 시간, 비가 내리는 계절과 눈이 오는 때가 조금씩 어긋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거대한 숫자나 과학적 그래프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꽃이 너무 일찍 피는 일, 비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일, 철새가 이동 시기를 놓치는 일, 바다의 온도가 달라지는 일처럼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작은 변화 속에도 이미 와 있습니다.
그래서 이 시에서는 기후변화를 설명하거나 훈계하기보다 ‘춤’이라는 이미지로 바라보았습니다.
춤은 원래 아름다운 움직임이지만 박자를 잃으면 불안한 움직임이 됩니다. 지금 지구의 기후가 바로 그러한 모습인지도 모릅니다. 계절은 순서를 잃고, 바람은 방향을 잃고, 자연의 생명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표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시가 단순한 환경에 대한 경고로 끝나기를 바라지는 않았습니다.
마지막에 남겨 둔 것은 사과와 희망입니다. 인간이 자연의 주인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임을 깨닫는다면, 우리가 만들어 놓은 불안한 춤을 다시 새로운 춤으로 바꿀 수 있으리라는 믿음입니다.
지구가 우리에게 마지막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함께 살아가는 춤을 가르쳐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시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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